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 길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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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 길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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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TER

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

길냥손​ 

 

학원과 회사가 같은 건물에 있고, 바로 위에 건물주가 사는 그곳에 70여 마리의 나이든 고양이들이 몇몇 사람에 기대어 남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0년을 맞은 ‘길냥이에게 손을 내밀다’가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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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거미줄을 내리다

 

2007년, 혜란 씨는 유기견을 구조해 나올 생각으로 부산의 시 동물보호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외면할 수 없었을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어깨를 서로 딱 붙인 채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는 고양이들이 가득한 철장이었다. 너무 꽉 차서 몸을 돌릴 수도, 그루밍을 할 수도 없었다. 밥도 물도 없었다. 그 안에서 그 자세로 배설을 하고 울부짖다 죽어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 죽으면 죽은 만큼 그 철장에 다시 고양이가 채워졌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돌아보지 않으면 그대로 죽어나갈 판이었다. ‘개는 구조하는 사람이 많으니, 고양이는 내가 하자’는 생각이 다였다. 후에 유한이와 락스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 둘을 시작으로, 혜란 씨는 시보호소에서 고양이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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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고양이 구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관련 정보나 단체, 고양이 전문 병원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누리맘’으로 더 잘 알려진 혜란 씨가 해온 일들은 부산 지역에서는 대부분 ‘처음’으로 일어나는 일에 가까웠다. 자연히 혜란 씨가 걸어온 길은 지독한 험로였다. 혜란 씨도 병원의 수의사도 공부를 해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치료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구조해온 아이들 중 50퍼센트 정도 살린 것 같다던 혜란 씨는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다 살렸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보호소의 유기묘를 구조하는 일, 난치병을 끈질기게 치료하는 일, 쉼터를 만드는 일, 동물권 캠페인을 여는 일, 그녀와 길냥손이 해왔던 일은 대부분 ‘처음’의 역사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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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길 위의 첫 발자국

 

관심이 생겨야지만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동물 유기나 학대 사건 역시 그런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 존재를 알고 대다수는 그 존재조차 모른다. 그리고 설혹 그 사건을 알게 된다 해도, 분노하고 슬퍼하고 개탄하다 허무한 기도나 바람만 가지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처벌되길 바라지만, 아직 한국의 제도와 공권력은 거기까지 와 있지 않음에 분해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길냥손과 혜란 씨는 달랐다. 그녀는 쉼터 앞에 고양이 두 마리를 유기한 남자가 동물보호법 8조 4항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하였으므로, 같은 법 47조 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에 근거하여 과태료 30만 원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꼬박 3개월을 매달린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2017년에도 지속적으로 고양이를 학대한 두 명을 고발하여 벌금 200만 원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

 

가해자 처벌은 결국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증거는 부족하고, 공공기관은 더디고 수동적이다. 동물을 위해 움직여주는 공권력 같은 것은 없다. 혜란 씨는 공공기관이 신경 쓰는 ‘사람’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생명”이라는 공감대는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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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손’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인터넷 속 ‘누리맘’은 다소 날이 서고 강한 어조를 쓰는 인물이었지만, 실제 만난 혜란 씨는 차분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일까, 조금은 지친 것도 같아 보였던 그녀는 담담하게 길냥손의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입양 보낸 아이가 모두 세상을 떠나는 날이 길냥손의 마지막이겠죠.”

 

구조한 고양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길냥손과 혜란 씨가 말하는 책임이었다. 우리는 많은 구조 사례를 본다. 하지만 그 후를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유기와 학대는 계속 일어나고, 구조 역시 뒤따른다. 이미 구조된 아이까지 챙기자면 시간도 마음도 좀처럼 남아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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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구조자들이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사정 때문이다. 결혼·유학·출산·육아·합가·가족 반대 등,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그런 이유들. 그래도 돌아갈 쉼터가 있어 다행이라며 입양자는 고양이와 구조자 뒤로 대문을 닫고 마음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다시 한 번 버려진’ 고양이를 맞는 것은 70여 마리의 ‘버려진’ 고양이들이다.

 

그들은 구내염이나 허피스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를 하고 격리를 해도 허피스 같은 병은 쉽게 새 손님에게 옮겨간다. 병이 끈질겨서일까, 아니면 버려졌다는 아픔으로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져서일까? 이 질문의 답을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길냥손 쉼터에 있는 70여 마리의 고양이 중 절반이 이렇게 파양되어 온 아이들이다. 대개 예닐곱 살은 먹은 이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은 70여 마리 중 하나로 구내염과 허피스가 떨어졌다 다시 붙어가며 그렇게 늙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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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손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더 이상 동물을 구조하지 않는다. 입양가지 못했거나 다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 노령묘들의 병원비라도 벌어보고자 락스룸과 이마켓이라는 수익사업도 시작했다. 고객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 하지 않으면 제로니까요.”라는 대답에서 혜란 씨가 무모하게 보호소에서 고양이 구조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이끌어올 수 있었던 저력을 보았다.

 

길냥손 쉼터의 벽에는 먼저 떠난 친구들이 유골함 속에 잠들어 있다. 많은 고양이가 거쳐간 길냥손의 낡은 캣타워를 보며, 더 이상 아무도 파양되거나 구조되지 않고 쉼터가 텅텅 빈 미래의 어느 날,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만이 그 위에서 반짝이며 뛰노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도 버려지지 않고, 오직 추억과 햇살만이 이 쉼터에 가득한 날들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때까지 조금은 힘들겠지만 부디 그곳에서 고양이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기를, 그런 이기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 더 가까이 만나는 길냥손의 이야기 (cafe.naver.com/ran1228)

 

 

 

CREDIT

글 사진 김바다 (작가)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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