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기견 입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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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기견 입양기
조회383회   댓글0건   작성일5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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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리 스 의 크 리 스 마 스 



나의 유기견 입양기

“이상형이 뭐예요?” 현실적인 입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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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더는 받을 일이 없는 유부녀지만, 그래도 아직 내게도 이상형이란 게 있기는 하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이 있을 테고 보통 ‘이상형’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대개 먼저 외모적인 조건들을 생각하게 될 텐데, 이번 화에서는 운명처럼 만나게 된 크리스가 과연 내 이상 형에 적합한 외모를 갖고 있었는지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견주가 되기 전 나의 ‘반려견 이상형’은, 다리가 짧고 머리가 큰, 다소 뚱뚱한 체격의 아이들이었다. 이를테면 웰 시코기 같은? 특히 다른 건 몰라도 막연히 얼굴만은 컸으면 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흔히 예쁜 비율이라고 하는 조그만 얼굴과 긴 다리는 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개라면 모름지기 사람과는 다르게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짤막하게 뒤뚱뒤뚱 걷는 맛이 있는게 미견이지! 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반려견 이상형을 갖고 있던 나는, 반려견을 입양하는 데 있어서 이상형과 맺어지는 데 실패하게 된다.​ 

 

 

크리스는 말티푸다. 

 

말티푸는 말티즈와 푸들의 믹스견으로, 말티푸라고 해서다 똑같은건 아니지만 대부분 말티즈의 작고 귀여운 얼굴과 푸들의 길고 늘씬한 몸통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크리스는 완전 ‘베이글녀’, 아니 수컷이니까 ‘베이글남’이었을 것이다. 그런 크리스를 두고 “사실은 외모는 내 취향은 아니다”고 하기에는 미안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게다가 지금은 엄청나게 예뻐졌지만 처음 입양을 하러 갔을 때는 비쩍 마른 몸에 눈물 자국도 심해서 내 실망감은 더 컸었다. 

 

 

첫 만남의 충격 


지금은 담담히 말하지만, 사실 크리스와의 첫 만남은 절대로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어릴 적 좋아했던 동화책인 <빨간 머리 앤>에서, 빨간 머리의 예쁘지 않은 빼빼 마른 앤을 입양했던 매슈와 마릴라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첫날 이었다고나 할까.​<빨간 머리 앤>이라는 책을 아주 좋아했었다. 책의 주인 공인 앤은 그린게이블즈 마을의 중년 남매에게 입양된 여자아이인데, 입양할 때 원했던 ‘일을 도와줄 수 있는 튼튼한 남자아이’가 아닌 데다, 생김새도 전혀 예쁘지 않아서 처음에 밉상을 샀던 아이다. 나는 유기견 입양을 사람을 입양하는 일에 비견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사람을 입양해서 잘 키울 수 있을 거란 자신은 없지만 그런데도 크리스를 입양한 후 이 책을 떠올렸던 건 어릴 때 읽었던 책속의 깡마르고 겁에 질려, 되려 성질을 부리는 앤의 모습이 우리 가족과 처음 만났던 날의 크리스와 몹시 닮아있 었기 때문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벌인 걸까? 


남편 퇴근 후 함께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했기에 우리가 센터에 방문하기를 원하는 시간이면 이미 봉사자들도 전부 퇴근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센터에 연계된 동물병원으로 크리스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나는 마치 천사나 된 듯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후에야 도착한 동물병원의 모습은 내 상상과는 사뭇 달랐다. 병원에는 수의사 선생님과 크리스가 단둘이 남아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고, 밤늦게 혼자​병원에 남겨져 무서웠는지 크리스는 무척 예민하고 불안 정한 상태였다. 게다가 동물병원이니까 당연했겠지만, 그곳에는 개 냄새가 진동했다. 크리스는 낯선 우리를 보고 컹컹 짖어댔는데 목청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벌인 걸까?’ 순간 불안감이 들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러 설명을 듣고, 크리스의 등에 반려동물 인식 칩을 시술했는데 그 순간에야 ‘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된 ‘생명’을 입양하는 것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심했다. 밀폐된 차 안이라 아이에게선 여전히 냄새가 났다. 나는 은연중에 새주인을 맞이하기 전 깨끗하게 목욕을 한 향기 나는 아이를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잊어선 안 된다. 나는 예쁜새 ‘물건’을 사들인 게 아니라, 힘든 삶에서 봉사자들의 노고로 구조된 ‘생명’을 입양하는 것이라는 걸.

차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것처럼 불안정하게 짖어댔다. 사진으로 보면서 정을 들이려고 애썼던 아이의 얼굴을 실제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크리스는 얼굴도 잘 보여주지 않 았다. 가족들은 차에서 별말이 없었다. 상상과는 아주 달랐던 입양 첫날의 풍경, 이상형과는 완전히 달랐던 새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돌아와 모두가 집에서 함께한 크리스와의 첫날밤, 크리스는 밤새 울었고 나는 밤새 걱정으로 뒤척였다. 마치 그린게이블즈의 그날 밤 앤과 마릴라처럼.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
금, 그때의 만남은 인생 최고의 만남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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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이영주

에디터 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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